화요일, 금요일 오전 7시. 지방방송 메일을 발송한다. 매주 두 명의 글이 발행되므로 격주로 원고를 마감하는데, 목요일이 1차 원고 마감일이다. 1차 마감이 끝나면 서로 글을 살펴주기도 하고, 원하는 사람은 2차 원고 수정을 한다. 글이라는 게 매번 마음에 들게 쓸 수 없기에 잠깐 쓰기 감각을 접어두면 돌아오는 마감 안에 다른 글을 써내기가 어렵다.
전 시즌의 구성원이 본업뿐 아니라 다양한 일을 겸하고 있다. 세 번의 시즌 동안 단 한 번도 발행 사고가 없었다는 사실이 그래서 놀랍다. 몸이 아파도, 출장이나 급한 일이 있어도,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되도록 마감 시간 안에 원고를 제출하려 애쓴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매번 마감에 늦고 제일 변명이 많으며 끝까지 원고를 붙들고 동료들에게 맞춤법과 글 다듬는 것에 도움을 구하는 것이 나다.
마음에 드는 글을 완성해 발송했을 땐 후련함과 기쁨이 있다. 글이 좀 부족해 보이거나 써지지 않을 땐 원고를 잡고 있는 것만이 답은 아니기에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흘려보낸다. 훗날 이런 글을 왜 썼을까 부끄러운 마음이 들 수도 있지만 글로 소통하고 싶은 사람의 운명이겠지 한다.
원고 작성이 끝나면 주말 동안 디자인 작업을 하고, 발행일 하루 전인 월요일과 목요일에 카드뉴스를 만들어 올린다. 간단한 작업 같지만, 전 과정을 구성원이 함께 진행한다. 회의는 늘 카카오톡으로. 연재 기간엔 따로 만나 얼굴 볼 시간도 없다.
시즌3를 시작하고 며칠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8개의 에피소드가 발행되었다. 아카이브 페이지에 쌓여가는 글을 보면 모두 내 것은 아니지만 뿌듯함이 크다. 함께 해내는 일이라 더 좋기도 하고. ‘뭐랄까? 글쓰기에도 뒷배가 있다니..!' 이런 기분? 어둡고 막막한 모니터란 우주 안에서 외롭지 않게 유영한다.
12월 1일 금요일은 내 글 발행일이었다. (나는 이 글을 12월 2일에 쓰고 있다) 하지만 메일은 11월 30일 목요일, 하루 먼저 발행이 됐다. 그야말로 방송사고가 난 것이다. 마감에 늦은 내가 허겁지겁 원고를 마무리하다가, 급기야 요일까지 착각하면서 메일을 서둘러 예약한 탓이었다.
'결국 또 마감 직전까지 갔구나. 너 진짜 한심하다.’
수요일 자정 나는 글을 써냈다는 후련함이 아니라 스스로를 향한 온갖 비난과 함께 잠들었다.
메일이 잘못 발송된 것을 안 건, 마감을 하고 불과(?) 여섯 시간 뒤였다. 알람 소리를 듣고 깬 나는 핸드폰 화면을 보고 몇 초 만에 깨달았다. ‘아뿔싸..! 안돼!!!!’ 지방방송 메일은 자동발송 되는 시스템이라 정해진 시간에서 단 0.0000001초만 지나도 전송을 막을 수가 없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발송 결과 화면에 들어가서 누가 메일을 읽었나 확인해 보았다. 1분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 10명이 넘는 구독자가 메일을 열어 보았다.
지방방송 멤버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부터 보냈다. 모두가 괜찮다 위로해 주었지만, 미안한 마음과 부끄러움에 어딘가로 숨고 싶었다. 마감은 최소한의 약속인데, 그 약속도 매번 제대로 못 지키면서 급기야 발행일 착오로 메일을 미리 보내기까지 하다니...! 사고를 친 나 때문에 저녁에 카드뉴스를 발행하는 수정씨까지 급히 카드뉴스를 만들고 평소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좋아하는 마음을 너무너무 자랑하고 싶은 나머지 하루 일찍 발행해 버린 주은 씨의 편지”라는 재치 있고 찰떡같은 멘트로 나의 실수를 덮어주었다.
사건을 수습하고 우울한 마음으로 아이들의 등원 준비를 했다.
“엄마, 왜 우는 입이에요?”
둘째 어린이가 나에게 말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 다시 물었다.
“리하야? 금방 뭐라고 말했어? 다시 이야기 해줄래?”
“엄마, 왜 우는 입 모양이에요? 슬퍼요?”
뭐라 대답할지 잠깐 생각하다 이내 말했다.
“리하야, 엄마가 아침에 실수했거든. 그래서 속상했는데, 어떻게 우리 리하가 엄마 마음을 알았네! 하지만 리하야. 엄마 이제 괜찮아. 엄마가 예전에 말했지? 우린 누구나 다 실수할 수 있다고. 엄마가 오늘 실수를 했고, 친구들에게 실수에 대해 사과했어. 미안하다고. 그리고 조금 전에 실수한게 해결이 된 것 같아. 그리고... 리하가 엄마 마음을 함께 알아줘서... 엄마 이제 괜찮아.”
뭔가 변명하듯 평소보다 길게 말을 이어가는 내 말을 듣고 있던 아이는 다시 한번 말했다.
“엄마, 엄마가 실수했어요? 엄마!!! 실수해도 괜찮아요!”
등원 준비를 마치고 운전석에 앉았다. 시동을 걸기 전 큰 숨을 내쉬었다. 어젯밤 실수에 대한 자책은 여기까지만 하자고. 그리고 얼른 핸드폰 메모장을 켰다. ‘엄마, 왜 우는 입이에요?’ 아이가 내게 했던 말을 옮겨 적었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작은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낯설지만 감격스러웠다. 또, 매번 한두 발 늦는 나를 이해해 주는 동료들, 실수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의 마음도 잊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 실수를 글로 쓰고 싶어졌다.
글 잘 쓰는 법을 모른다. 내가 이런 연재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종종 외부에서 글을 청탁받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매번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어찌어찌 겨우 써서 낸 글도 여기저기 알리지 못했다. 내 글이 부끄러워서 말이다. 하지만 오늘부터 다르게 마음먹어 보고자 한다.
"나에겐 든든한 글쓰기 동료가 있다. 그리고 앞으로 나는 글을 좀 더 잘 쓸 수 있다!"
웃는 입 모양을 하고 즐겁게 원고 마감을 하는 날이 자주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