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저마다 모여서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그동안 묵혀 두었던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한 해를 보냅니다. 이맘때면 sns에 유독 여럿이 함께 찍은 사진들이 눈에 띕니다. 약간은 벌개진 얼굴로, 서로 어깨동무를 한 채, 사람들은 모두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그런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마음이 뭉클해 집니다. 많이 멀어져 연락도 주고 받지 않게 된 친구들, 늘 사무적으로만 대하던 직장 동료들 얼굴도 떠오릅니다. 그래서 올해 송년회는 가볼까 싶기도 하고. 돌아보니 올 한 해도 저는 많은 이들과 조금씩 더 멀어진 것 같습니다. 제게는 어쩔 수 없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제 그런 일들 때문에 마음 앓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오늘 퇴근길엔 연락이 뜸한 친구에게 전화 한 통 해봐야겠어요. 이런 게 바로 연말이니까요. 아! 잠깐 다시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송년회는 별로예요. 어색해요. 지루해요.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은둔형 외톨이 같지만 제게도 친구들이 있습니다. 우정은 사랑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정은 송년회 자리에서 술 기운에 갑자기 나눈 호감보다 당연히 진합니다. 오랜 시간 함께 추억을 쌓아온 사이. 언제나 대화가 즐겁고,마음으로는 항상 서로를 열렬히 응원하는 사이, 우정. 그런 우정 몇이면 이 불안한 인생도 두렵지 않습니다. 괜히 거뜬해 집니다. 그런 우정들이 보고싶습니다. 그립습니다.
강아솔의 노래 <다 고마워지는 밤>을 들어보셨나요?
가사가 이렇습니다.
‘다정히 서로의 이름 부르며 오랜만에 만난 내 친구. 밀린 마음들 꺼내다 보니 아껴 간직하고 싶은 말들이 가득해. 아쉬운 걸음으로 집에 돌아갈 때, 참 길게도 이어진 우리의 작별인사. 몇 번을 뒤돌아 너의 뒷모습 지켜봤는지 너는 알까. 너도 그랬을까.
그리움이 무르익어 가는 밤. 내 등을 따스하게 쓸어주는 밤. 보고 싶었다는 너의 말 곱씹어보다 시큰해지는 밤. 다 고마워지는 밤.’
서운한 마음들이 밀려있을 수도 있겠지만, 올 연말엔 그냥 보고 싶었다고 먼저 따뜻하게 말하세요. 실컷 웃고 즐기다가 너무나 아쉬운 걸음으로 돌아서세요. 아니, “네가 먼저 가. 네가 먼저 가라니까!” 끝내 이기세요. 그리곤 멀어지는 친구의 뒷모습을 그리워하며 바라 보세요. 점점 작아지는 그 등을 마음으로 따스하게 쓸어주세요.
그래야 연말입니다.
올 한 해, 우리 다 너무 애쓰며 살았으니까요.
“자, 이제 이 메일을 덮으세요. 당신이 먼저 덮으세요.
아, 먼저 덮으시라니까요.”
그냥 다 고마워지는 아침과 낮, 그리고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