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방 주인이 꿈이었나요?
-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 전공이...?
책방을 열기 전, 여러 기관에서 사진 강의를 했다.
나는 사진을 가르치는 강사였다.
처음 강의를 한 곳은 어린이 복지관이었다. 당시 나는 대학에서 조교 일을 하며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며 전공과 관련한 경험을 쌓아보고자 주말 아르바이트로 강의를 시작했다.
이후엔 기관과 계약 후 학교로 파견되는 예술강사 일을 했다. 초, 중, 고 여러 학교에 강의를 나갔으나 단 한 번도 나라에서 제시하는 최저 생계비를 벌지 못했다. (내가 속한 지역적 특성도 있었을 것이다) 매일 밤, 이 일로 먹고사는 것을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강의로 작은 기쁨을 누린 적도 있었다. 어떤 해엔 운 좋게 좋아하는 미술관에서, 내 모교에서 강의하기도 했다. 섬마을 학교와 산골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날 수도 있었는데, 그건 지금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다.
강사 생활은 계약 기간 만료로 끝나는 상황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그 시스템을 더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뛰쳐나온 나로 인해 종료되었다.
“사진을 전공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이 말을 하기가 늘 두려웠다.
나는 다소 늦게 대학에 입학했다. 입학을 축하해 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진을 공부하는 것이 내 형편에 맞지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스무 살,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동생은 고등학생이었고, 엄마는 아버지가 남긴 빚으로 밤낮없이 일을 해야만 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엔 많은 죄책감과 책임감이 뒤따랐다. 좋아하는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없었다. 반대를 무릅쓰고 간 학교였기에 잘해야만 했다. 장학금을 받아 학비에 보태야 했다. 과제를 하기 위해 재료비를 마련해야 했고 그래서 늘 아르바이트를 했다.
좋아하는 마음과 재능도 비례하지 않았다. 점점 자신감이 사라졌다. 성실함 혹은 끈기로 무언가 해보기엔 내게 주어진 시간도, 또 그걸 밀어붙일 용기도 없었다. 엄마는 여전히 밖에서 24시간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었다.
사진을 잘 찍지 못하는,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진 전공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혀 다른 일을 할 용기 또한 없었다. 그 시절 나는 그랬다. 그저 용기 없음의 연속이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생각했다.
‘내가 이걸 가르칠 능력이 되는 걸까?’
‘내 사진도 찍지 못하는 사람, 작업도 하지 않는 사람이 예술을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또 어느 날 생각했다.
‘사진을 전공하지 않았다면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았을까?’
‘그때 나는 왜 사진을 공부하고 싶어 했을까?’
사진을 배운 것을 최대한 감추고 싶었다.
누구도 나를 평가하거나 비교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남과 나를 비교하고 평가했다. 그리고 그 끝엔 언제나 상처만 남았다. ‘나는 할 수 없는 사람.’
“어떻게 서점을 열게 됐어요?”
2015년 한 서점에서 독립출판물을 만났다. 좋아하는 일을 해나가는 용기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 심지어 그런 것을 모아 판매하는 공간을 만나게 된 것이다. 운명의 순간이었다. 무턱대고 사진학과에 가고 싶었던 그 어떤 날처럼, 그렇게 갑자기 말도 안 되게 책방을 열게 되었다.
하지만 운명 같은 순간도 사람을 한 번에 변하게 하진 못했다. 책방을 연 나는 큰 벌이가 되지 않는 내 일터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 일 저 일을 겸하기 시작했다. 종종 사진 강의를 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고, 전시도 하고, 사진집도 만들고. 아! 좋은 책들을 팔면서 살면 정말 좋겠는데...!’
올해 초 책방을 닫고 있는 동안 좋아하는 마음이 이끄는 힘에 대해서 많은 생각했다.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어떤 마음의 자세, 행동의 균형을 가져야 할지 생각 했다. 그 생각들 사이에서 좋아하는 마음이 사고를(?) 불러 11월 18일, 작은 사진전을 연다.
서점을 다시 열겠다고 마음먹으며 이상하게도 나는 내가 못 한다고 생각하는 사진 찍는 일을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얼핏 보면 둘 사이엔 그 어떤 상관관계도 없어 보이지만, 나는 사진을 찍는 일이 책방을 운영하는 일과 많은 부분 닮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누군가 앞으로 내게 전공을 묻는다면 혹은 하는 일을 묻는다면 꼭 이렇게 답하겠다.
“제 삶을 전공 중입니다, 사진 찍는 일을 좋아하고요. 주업은 책방. 부업은 강사입니다.”